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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간관계사연

같이 욕하지 않았더니, 같이 밥도 못 먹게 됐다

by 다윗의장막 2026.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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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복수는 해를 끼친 사람과 닮지 않는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제6권 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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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입사하고 석 달쯤 지났을 때,
나는 점심시간이 꽤 기다려졌다.

 

오전 내내 긴장한 채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열두 시가 되면 같은 팀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오늘은 뭘 먹을지
고민하고, 식당으로 걸어가는 동안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우리 팀에서 주로 함께 점심을 먹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네 명이었다.

입사 7년 차인 선배 한 명과 5년 차
동료, 나보다 한 해 먼저 들어온 사원,
그리고 나였다.

 

셋은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가까웠다.

회사 안에서 누가 누구와 친한지,

어느 부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이고
싶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연차가 높은 선배는 말솜씨가
좋았다.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를
흉내 내는 데 능했고, 작은 행동 하나만
봐도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
선배가 입을 열면 나머지 두 사람은 금방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따라 웃었다.

회사에서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함께
웃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해도 분위기에 맞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웃으면 그들도 나를 조금
더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그 웃음의 대상이 대부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부서 직원 이야기였다.

 

“오늘 아침에도 본부장실 앞에서 계속 서
있더라. 누가 보면 본부장 비서인 줄
알겠어.”

 

선배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면 맞은편에
앉은 동료가 곧바로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윗사람만 보면 목소리부터
달라진다니까.”

 

그러면 나보다 먼저 입사한 사원이 그
사람의 말투를 따라 했다.

세 사람은 웃었고 나도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여겼다. 답답한
일을 가까운 사람들끼리 털어놓는 것쯤은
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는 점점 더
구체적이고 거칠어졌다.

누가 결혼한 뒤 옷차림이 달라졌다는
이야기, 누가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는 이야기, 어느 직원이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 누가 상사에게 잘
보여서 평가를 잘 받았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많았다.

 

“그 사람 남편이랑 사이 안 좋다는 얘기
있던데?”

 

“그러니까 요즘 매일 늦게까지 남아 있는
거 아니야?”

 

“집에 들어가기 싫은가 보지.”

 

그들은 그 말을 한 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나는 젓가락으로 반찬만 뒤적였다.

그 사람의 사정이 정말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설령 사실이라 해도 점심시간에
웃음거리로 삼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밥을 먹었다.

처음에는 내 침묵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선배는 내 반응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

 

말을 마친 뒤 꼭 나를 바라봤다.

나는 대답하기 곤란할 때마다 물을
마시거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제가 그분을 잘 몰라서요.”

 

그 말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몰라도 보면 느낌 오잖아.”

 

옆에 앉은 동료도 덧붙였다.

 

“우리끼리 얘기하는 건데 뭘 그렇게
조심해.”

 

심리학개론

 

‘우리끼리’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정말 우리끼리라면 더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누군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관계라면, 내가 없는 자리에서는 내
이야기도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든 뒤부터 점심시간이 편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웃었고, 나는 점점 웃지
않게 되었다.

결정적인 일은 어느 금요일에 생겼다.

팀 회의가 끝난 뒤 선배가 탕비실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나를 포함해 네
사람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처음에는 업무 이야기였다. 다음 주
일정이 빡빡하다는 말, 거래처 요청이
많다는 말, 팀장이 결정을 자주 바꾼다는
말이 오갔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새로 온 계약직 직원
이야기가 나왔다.

그 직원은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조용한 성격이었고 업무를 익히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질문할 때마다
메모를 했지만 같은 내용을 두 번 묻는
경우도 있었다.

선배가 종이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솔직히 그 사람, 좀 답답하지 않아?”

 

동료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까도 똑같은 걸 또
물어보더라.”

 

사원도 말했다.

 

“팀장님 앞에서는 엄청 열심히 하는
척하던데요.”

 

선배가 나를 바라봤다.

 

“너도 같이 일해 봤잖아. 어때?”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 직원과 함께 일하면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을
못한다고 단정할 만큼 오래 지켜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 직원은 모르는 것을
숨기지 않고 계속 물어보려는 사람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것
같아요.”

 

말이 끝나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선배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우리도 처음엔 다 그랬다는 얘기야?”

 

“그런 뜻은 아니고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우리가 없는 말 지어내는 것도
아니잖아.”

 

선배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동료는 종이컵만 만지작거렸고 사원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분위기를 더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말했다.

 

“그냥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선배는 짧게 웃었다.

 

“그래. 넌 항상 잘 모르더라.”

 

그날 이후부터 아주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주 월요일 점심시간이 되자 세
사람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함께 가려고 서랍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런데 선배가 말했다.

 

“오늘은 밖에 볼일이 있어서.”

 

“다 같이요?”

 

내가 묻자 동료가 급하게 대답했다.

 

“근처에 잠깐 들를 데가 있어.”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심리학개론

 

나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와
자리에서 먹었다.

다음 날에도 비슷했다.

이번에는 내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세
사람이 사라지고 없었다. 메시지를
보내려고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어디서 먹는지 물으면 나를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

수요일에는 일부러 열두 시가 되기 전에
자리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선배가 나를 보며 말했다.

 

“우리는 오늘 따로 약속이 있어.”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은 점심시간 직전에
메뉴를 정하고 있었다. 선배가 무엇을
먹을지 묻자 동료가 국수를 먹자고 했고,
사원이 새로 생긴 가게를 찾아봤다.

그 대화를 나도 들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나는 듣지 못한 사람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처음 며칠은 혼자 먹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었다.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면서 천천히
밥을 먹었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는 것과 혼자
남겨지는 것은 달랐다.

내가 선택해서 혼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계속 불편하게 했다.

점심시간뿐만이 아니었다.

업무 메신저에서도 대화가 줄었다.

예전에는 사소한 내용도 서로 공유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회의 시간이 바뀐 것도,
거래처에서 요청 사항을 수정한 것도,
팀장이 업무 순서를 조정한 것도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알게 됐다.

 

“그거 전달 못 받았어요?”

 

계약직 직원이 내게 물었다.

나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말했다.

 

"아, 제가 놓쳤나 봐요.”

 

하지만 놓친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만 전달되지 않은 것이었다.

한 번은 팀장이 왜 수정된 양식으로
작성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변경
사실을 듣지 못했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선배가 옆에서 먼저 말했다.

 

“제가 단체방에 올린 줄 알았는데 빠졌나
봐요.”

 

선배는 가볍게 웃었다.

 

“다음부터는 주변에 한 번씩 확인해
봐.”

 

잘못한 사람은 선배였지만 주의를 받은
사람은 나였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자리로 돌아온 뒤 메신저 목록을
열어봤다. 팀 전체가 들어 있는 공식
대화방에는 아무 내용도 올라오지 않았다.

 

세 사람끼리 따로 대화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확실히
알았다.

 

이상한 것은 그들이 대놓고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인사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말을
걸면 대답도 했다.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다만 나만 모르는
이야기들이 늘어났고, 내가 다가가면
대화가 멈췄으며, 웃음이 끝난 뒤에야
내가 있는 것을 알아챈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점심을 같이 안 먹어 줘요.”

 

“업무 이야기를 저한테만 늦게 알려
줘요.”

 

이런 말을 꺼내면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

어느 날 퇴근을 준비하던 중, 프린터
옆에서 세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그 사람은 진짜 재미가 없어.”

 

선배의 목소리였다.

동료가 작게 웃었다.

 

“말할 때마다 분위기 싸해져요.”

 

“자기는 되게 정의로운 사람인 줄 아나
봐.”

 

나는 프린터 뒤편에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괜히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 고고한 척하잖아.”

 

"그러게요. 같이 욕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사원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맞장구 한 번만 치면 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화보다
허탈함이 먼저 들었다.

정말 그랬다.

그들이 원한 것은 대단한 충성심도
아니었고 적극적인 동조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흉볼 때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 함께 웃는 것, 사실인지 모르는
말에 “그러게요”라고 한마디 보태는 것.

그 작은 행동이 그들에게는 같은 편이라는
증명이었다.

나는 프린터에서 문서를 꺼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로 돌아왔다.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여러 번
생각했다.

내가 너무 융통성 없이 행동한 것은
아닐까.

회사 생활을 편하게 하려면 적당히 맞춰
줄 줄도 알아야 하는데,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며 스스로를 고립시킨 것은
아닐까.

다음 날부터라도 그들과 다시 어울릴
방법을 찾을까 생각했다.

점심 메뉴를 먼저 물어보고,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가볍게 웃어 줄까
싶었다. 사실 적극적으로 욕할 필요도
없었다. 고개만 끄덕이면 됐다.

그러면 아마 다시 끼워 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생각을 하는 동안 마음 한쪽이
더 무거워졌다.

그 무리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밖으로 밀어내는 일에 동참해야
했다.

오늘은 다른 부서 직원이지만 내일은
계약직 직원일 수 있었고, 그다음은 새로
들어온 신입일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다시 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친밀함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었다.

함께 미워할 사람을 정하는 것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나는 다음 날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말부터 하지는
않았다. 업무에 필요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회의 일정 변경,
거래처 수정 요청, 업무 양식 변경처럼
내가 받지 못했던 내용을 날짜별로 정리해
보여 줬다.

팀장은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나는 감정을 섞지 않고 말했다.

 

“의도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업무 정보는
개인적인 친분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전달됐으면 합니다.”

 

팀장은 한참 자료를 살펴봤다.

며칠 뒤 팀 공지가 나왔다. 모든 업무
변경 사항은 공식 대화방에 남기고,
구두로 전달한 내용도 다시 공유하라는
지시였다.

그날 오후 선배가 내 자리로 왔다.

 

“굳이 팀장님한테까지 얘기해야 했어?”

 

목소리는 낮았지만 얼굴에는 불쾌함이
드러나 있었다.

나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선배를
바라봤다.

 

“업무에 필요한 내용을 계속 못 받고
있었으니까요.”

 

“우리한테 먼저 말할 수도 있었잖아.”

 

“제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전달받아야
하는 내용이었어요.”

 

선배는 잠시 나를 보다가 말했다.

 

“너 진짜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내가 담담하게 대답하자 선배는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

관계는 곧바로 좋아지지 않았다.

세 사람은 여전히 함께 점심을 먹었고
나는 대부분 혼자 먹었다. 가끔 다른
부서 직원과 식사를 했지만 매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팀 안에서 내가 겉도는
느낌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래도 업무는 조금 나아졌다.

정보가 공식적으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되는 일은 줄었다.
무엇보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무렵 계약직 직원이 내게 점심을 함께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혼자 드시는 것 같아서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회사 근처 작은 백반집으로 갔다.
처음에는 업무 이야기만 했다. 그 직원은
자신이 자꾸 질문해서 사람들이 답답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밥을 먹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게 당연하죠.”

 

그 직원은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뒤에서 말이 나오는 것
같아서요.”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사실이 아니었고,
맞다고 말하기에는 또 다른 뒷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모르는 건 계속 물어보세요. 대신
답변받은 건 잘 정리해 두고요. 다른
사람의 말보다 일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그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점심은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사람도 없었고,
자극적인 소문도 없었다. 우리는 반찬이
짜다는 이야기와 주말 날씨 이야기를
했다. 웃음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이상할 만큼 편했다.

그 뒤로 나와 그 직원은 자주 함께 밥을
먹었다.

가끔 다른 부서 사람도 합류했다.
점심시간마다 사람이 바뀌었고 혼자 먹는
날도 있었다. 예전처럼 늘 같은 사람들과
붙어 다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약점을 안주 삼아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았다.

몇 달 뒤 나보다 먼저 입사한 사원이
혼자 탕비실에 있는 나를 찾아왔다.

그 사원은 한동안 말을 고르다가 물었다.

 

“혹시 아직도 저한테 많이 화나셨어요?”

 

심리학개론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화가 났다기보다 많이 불편했어요.”

 

그 사원은 고개를 숙였다.

 

“저도 그때는 그냥 분위기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안 그러면 제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나는 그 말을 듣고 예전의 나를
떠올렸다.

처음 몇 달 동안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웃었다. 누군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웃는다는 이유로 따라
웃었다.

나는 그 사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거예요?”

사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요즘은 제가 점심시간에 잘 안
끼워져서요.”

 

예상하지 못한 말은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생겼고
이번에는 그 사원이 바깥으로 밀려난
모양이었다. 함께 욕하던 관계는 언제든
욕먹는 관계로 바뀔 수 있었다.

사원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 왜 가만히 계셨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나는 위로하지도, 통쾌해하지도 않았다.

그저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같이 웃었어요.”

 

사원이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본인이
정하면 돼요.”

 

그날 이후 그 사원이 우리와 가끔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예전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과 한마디로 모든
것이 없던 일이 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내가 당한 일을
똑같이 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관계에서 밀려난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은 여전히 복잡했다.

사람들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고, 웃으며
인사한 뒤돌아서서 불만을 말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꼈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그 감정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 번 더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것인지.

둘의 경계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나는 여전히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재미없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를 미워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관계라면, 그 안에 속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가는 무리를 지어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누군가는 배달 앱을 열었다. 나는
옆자리의 계약직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오늘은 뭐 드실래요?”

 

그 직원이 물었다.

나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대답했다.

 

“아무거나요. 대신 조용한 데로 가요.”

 

우리는 나란히 사무실을 나섰다.

복도 끝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예전
같았으면 그 웃음 속에 내 이야기가 섞여
있는지 신경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돌아보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웃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자가 된 적은 있었지만, 그 일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모든 무리에 속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기 위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2026.08.07 - [인간관계/심리학이야기] - 일상적 인간관계에서의 사회적 배제와 심리적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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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31 - [인간관계/인간관계사연] - 자랑이 많은 친구와 대화에서 살아남는 법

 

자랑이 많은 친구와 대화에서 살아남는 법

“Nature has given men one tongue and two ears, that we may hear twice as much as we speak.”“자연은 인간에게 하나의 혀와 두 개의 귀를 주었다. 이는 우리가 말하는 것보다 두 배로 들으라는 뜻이다.”— 에픽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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