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전체 글169 빌려줬던 돈은 돌아왔지만,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빚을 지지도 말고, 돈을 빌려주지도 마라.” —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햄릿》친구에게 처음 돈을 빌려준 건 그리 큰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꽤 오래된 사이였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가끔 술도 마셨고, 서로의 연애 이야기도 많이 알고 있었다. 내가 이사를 했을 때는 친구가 하루 종일 도와줬다. 친구가 힘들다고 하면 나도 자연스럽게 달려갔다. 그래서 어느 날 밤 친구에게 연락이 왔을 때도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혹시 지금 통화 돼?”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돈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달 카드값과 월세가 겹쳤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한 지출도 몇 개 생겼다고 했다. “진짜 미안한데 백오십만 원만 가능할까?.. 2026. 9. 4. 좋아한다는 말 대신 티를 냈더니, 그는 진짜 티만 봤다 “The course of true love never did run smooth.”“진정한 사랑의 길은 결코 순탄하게 흘러간 적이 없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그의 그런 모습에 반한 것 같았다.사람 마음을 일부러 헷갈리게 하지 않는 사람. 눈빛으로 떠보고,말끝을 흐리며 밀당하는 사람이 아니라,그냥 있는 그대로 느리게 반응하는 사람. 그는 늘 한 박자 늦었다.회의실에서 누가 농담을 하면늘 남들보다 반 박자 늦게 웃었고, 단체 채팅방에 이모티콘이 쏟아질 때도 꼭 마지막쯤에 “ㅋㅋ”를 보냈다. 메뉴를 고를 때도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말해놓고,정작 식당 앞에 도착하면 “여기 매운 거 많지 않나?” 하고 뒤늦게 걱정했다. 그런 느림이 처음엔 편했다.급하게 다가오지 않아서 좋았고,사람을 함부.. 2026. 9. 3. 친구 관계에서 반복되는 부탁과 거절의 어려움: 호의, 경계, 상호성의 심리 부탁은 왜 어느 순간 당연함이 될까 친구 사이에는 부탁이 생긴다.차를 태워 달라고 할 수도 있다.이사를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다.돈을 잠시 빌릴 수도 있다.이런 부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부탁을 받은 사람이거절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부탁하는 사람이상대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할 때다.1. 처음에는 정말 작은 부탁이었을 수 있다처음부터 상대를 이용하려고접근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처음에는 정말 가벼운 부탁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흔쾌히 들어준다.다음에도 들어준다.그다음에도 들어준다. 그러면 사람의 마음에는하나의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이 친구는 이런 부탁은 괜찮아하는 사람이구나.”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부탁한 사람은 상대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상대가 .. 2026. 8. 28. 친구니까 해줘, 그래서 어디까지?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Mending Wall〉부탁은 한 번이었는데, 당연함은 습관이 되었다친구에게 처음 부탁을 받았을 때는아무렇지 않았다. 퇴근을 준비하던 금요일이었다.휴대전화에 메시지가 왔다. “혹시 오늘 시간 돼?” 나는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 “왜?” 잠시 뒤 답장이 왔다.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게 있는데오늘 꼭 받아야 하거든.근데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우리 집 앞에 가서 대신 받아줄 수 있어?” 친구의 집은 내 집에서 가까운 편이 아니었다.지하철로 30분이 넘는 길.조금 귀찮기는 했다.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친구였다.평소에 나에게 부탁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몇 시쯤?” “일곱 시에서 여덟 시 사이래.” 나는 한숨을.. 2026. 8. 28. 이전 1 2 3 4 5 6 7 8 ··· 43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