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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심리/연애사연

읽씹은 아닌데 마음은 씹힌 기분

by 다윗의장막 2026.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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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답장을 안 했지만, 스토리는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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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녀가 바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믿었다.

그녀는 늘 말했다.

“나 원래 연락 잘 못 해.”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연애 방식은 다르니까.
누군가는 하루 종일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사랑을 느끼고,

누군가는 가끔 연락해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는 전자에 가까웠고, 그녀는 후자에 가까웠다.

그 차이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귀기 전의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자유롭고, 밝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자기 삶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친구들과 전시회를 다니고,

예쁜 카페를 찾아가고,

퇴근 후에는 필라테스를 하고,

주말이면 혼자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좋았다.

나와 만나지 않는 시간에도 자기 하루를 멋지게 채우는 사람.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자기 삶을 스스로 꾸미는 사람.

 

그런데 연애가 시작되고 나서,

내가 좋아했던 바로 그 점이 나를 힘들게 만들 줄은 몰랐다.

처음 불안했던 날은 사귄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날 나는 점심시간에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밥 먹었어?”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나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회사 일이 바쁜가 보다 했다.

 

그런데 오후 세 시쯤,

무심코 SNS를 열었다가 그녀의 스토리를 봤다.

카페 사진이었다.

창가 자리, 아이스라테, 예쁘게 잘린 케이크.
사진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오늘도 당 충전.”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바쁠 줄 알았는데 카페에는 갔구나.
휴대폰을 안 보는 줄 알았는데 스토리는 올렸구나.

그때 처음 마음 한쪽이 삐걱거렸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달랬다.

연애학개론

 

‘사진 한 장 올리는 것과 답장하는 건 다를 수 있지.’

‘괜히 예민하게 굴지 말자.’

 

그날 그녀는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답장을 했다.

 

“미안, 정신없었어. 밥은 먹었지?”

 

나는 바로 답장했다.

 

“응. 너도 잘 챙겨 먹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사실 묻고 싶었다.

정신없었다면서 카페는 갔냐고.
스토리 올릴 시간은 있는데 내 메시지 볼 시간은 없었냐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내가 너무 작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 후로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내 메시지는 몇 시간씩 멈춰 있었고, 그녀의 SNS는 계속 움직였다.

스토리에는 그녀의 하루가 있었다.

점심 사진.
하늘 사진.
친구들과 찍은 거울 셀카.
새로 산 향수.
전시회 입장권.
길에서 본 고양이.

그녀는 세상과는 부지런히 소통하고 있었다.

다만 나와의 채팅방만 조용했다.

나는 점점 휴대폰을 자주 확인하게 되었다.

알림이 울리면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그녀일까 봐.

하지만 대부분은 광고 문자이거나 단체방 알림이었다.

그럴 때마다 괜히 허탈했다.

이상한 건 그녀가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만나면 다정했다.

내 손을 잡았고, 내 이야기를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했다.
카페에 가면 내 커피 취향도 알고 있었다.

 

“너는 산미 있는 거 싫어하잖아.”

 

그런 말을 할 때면 나는 다시 안심했다.

 

‘그래, 나를 좋아하긴 하는구나.’

 

하지만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불안이 시작됐다.

만나면 따뜻한데, 떨어져 있으면 차가운 사람.

그녀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어느 날 밤, 나는 용기를 내 말했다.

 

“너는 왜 연락을 잘 안 해?”

 

그녀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응. 답장이 너무 늦을 때가 많아서.”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미안. 나 진짜 연락에 약해. 누구한테나 그래.”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자꾸 SNS가 떠올랐다.

누구한테나 그런 사람이라기엔, 그녀는 온라인에서 꽤 활발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근데 SNS는 자주 하잖아.”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거랑 연락은 다르지.”

 

“다른 건 알아. 근데 나는 좀 서운해.”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누가 계속 연락 기다리는 느낌이 부담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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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계속 연락 기다리는 느낌.

그 말이 꼭 나를 집착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하루에 몇 번 안부를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그녀에게는 그것도 부담이었을까.

그날 이후 나는 연락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일부러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궁금해도 참았다.
스토리를 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가 편하길 바랐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더 힘들어졌다.

연락을 참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보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이고,

궁금한 마음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고,

서운한 마음을 쌓아두는 일이었다.

나는 점점 혼자 상상하기 시작했다.

 

‘나랑 연락하는 게 그렇게 귀찮은가?’

‘내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건가?’

‘혹시 마음이 식은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과는 잘 지내면서 왜 나한테만 이럴까?’

 

SNS는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

그녀가 친구들과 웃는 사진을 올리면,

나는 그 웃음이 나에게는 왜 늦게 도착하는지 생각했다.

그녀가 감성적인 글귀를 공유하면,

그 글이 누구를 향한 건지 궁금했다.

그녀가 새벽에 노래를 올리면,

잠들기 전 내 메시지는 왜 읽지 않았는지 신경 쓰였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SNS를 보는 것이 습관이 아니라 고문이 되었다.

그런데도 끊지 못했다.

안 보면 더 불안했다.

보면 더 아팠다.

이상한 감옥이었다.

어느 금요일 밤이었다.

나는 퇴근 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많이 피곤해?”

 

답장은 없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나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스토리가 올라왔다.

술잔이 부딪히는 짧은 영상이었다.

배경에는 웃음소리가 들렸고, 누군가의 남자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지금 술 마셔?”

 

보내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10분 뒤 답장했다.

 

“응. 친구들이랑.”

 

나는 다시 물었다.

 

“내 메시지는 못 봤어?”

 

이번에는 한참 답이 없었다.

그리고 30분 뒤 짧게 왔다.

 

“아까 정신없어서 못 봤어.”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화가 났다.

정신없어서 못 봤다는 말이 왜 이렇게 자주 반복되는지.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썼다.

 

“스토리 올릴 정신은 있고?”

 

보내자마자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그렇게 말하면 나 너무 숨 막혀.”

 

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숨 막힌다는 말.

그 말이 나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나는 정말 그녀를 숨 막히게 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녀가 나를 외롭게 만들고 있었을까.

둘 다일지도 몰랐다.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크게 싸웠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연애한다고 해서 하루 종일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 안 해.”

 

나는 말했다.

 

“나도 보고하라는 게 아니야.

최소한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은 받고 싶은 거야.”

 

그녀는 답했다.

 

“나는 만나면 잘하잖아.”

 

나는 말했다.

 

“근데 안 만날 때는 내가 없는 사람 같아.”

 

그 말 뒤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한참 후 말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도 중요해.”

 

나는 대답했다.

 

“나도 알아. 근데 네 혼자 있는 시간이 SNS에는 열려 있고,

나한테만 닫혀 있는 것 같아서 힘들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우리는 제대로 화해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나는 하루 종일 멍했다.

회사에 앉아 있어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SNS를 보지 않으려고 앱을 지웠다가, 다시 깔았다.

내가 싫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뒤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더 불안하고 예민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초라했다.

며칠 뒤 우리는 카페에서 만났다.

평소 자주 가던 카페였다.

처음으로 둘 다 말이 없었다.

그녀는 커피잔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나도 내가 좀 예민했던 거 알아.”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근데 나는 진짜 힘들었어.”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뭐가 제일 힘들었어?”

 

나는 잠시 생각했다.

 

“네가 연락을 늦게 하는 것보다,

내가 너한테 우선순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게 힘들었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나는 계속 말했다.

 

“SNS는 하는데 내 연락은 늦게 보면,

나는 자꾸 비교하게 돼.

세상 사람들한테는 열려 있는데 나한테만 닫힌 느낌이 들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네가 그렇게 느낄 줄 몰랐어.”

 

“나도 네가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아.”

 

“근데 나는 연락을 계속 해야 하는 관계가 무서워.”

 

그 말이 의외였다.

나는 물었다.

 

“왜?”

 

그녀는 한참 망설이다 말했다.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답장을 조금만 늦게 해도 화를 냈어. 어디냐고,

누구랑 있냐고, 왜 안 읽냐고 계속 물었어. 그때 너무 지쳤어.”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누가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해져.

또 통제당하는 느낌이 들어.”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에게 연락은 사랑의 확인이었다.

그녀에게 연락은 통제의 기억이었다.

우리는 같은 행동을 전혀 다르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답장이 늦으면 사랑이 식은 것 같았고,

그녀는 답장을 요구받으면 자유를 빼앗기는 것 같았다.

그 차이를 모른 채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나는 너를 통제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근데 가끔 그렇게 느껴졌어.”

 

“나도 네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어.”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방어벽 뒤에 있는 마음을 봤다.

그녀는 무심한 사람이 아니라, 부담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에서 확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둘 중 한 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날 우리는 작은 약속을 정했다.

하루 종일 연락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보고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바쁠 때는 짧게라도 말해주기로 했다.

 

“오늘 정신없어서 답 늦을 것 같아.”

 

“친구들이랑 있어서 나중에 연락할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도 그녀의 SNS를 감시하듯 보지 않기로 했다.

스토리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SNS는 그녀의 일기 같은 공간일 수 있고,

연락은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는 다른 방식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려고 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사람 마음이 약속 하나로 바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녀가 답장을 늦게 하면 여전히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예전처럼 바로 화를 내지는 않으려고 했다.

대신 생각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건 사실일까, 불안일까?’

 

사실은 그녀가 답장을 늦게 한다는 것.

해석은 그녀가 나를 덜 좋아한다는 것.

둘은 다르다.

그녀도 노력했다.

예전보다 자주 연락을 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사라진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게 해주려 했다.

짧은 메시지 하나가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었다.

 

“회의 들어가. 끝나고 연락할게.”

“오늘 친구 만나. 늦게 답할 수도 있어.”

“집 가는 중이야.”

 

그런 문장들은 사랑 고백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는 충분히 따뜻했다.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연애에서 중요한 건 연락의 횟수가 아니라,

서로를 안심시키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도 알게 되었다.

자유를 지키는 것과 상대를 방치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지금도 가끔 다툰다.

나는 여전히 빠른 답장을 좋아하고,

그녀는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그녀는 SNS를 좋아하고, 나는 가끔 그 SNS가 밉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적어도 싸움의 이유를 안다.

연락 문제는 단순히 메시지 문제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더 자주 연락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내가 왜 그렇게 불안한지 먼저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녀는 나에게 예민하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왜 외로움을 느끼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사랑은 서로 같은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함께 있을지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오늘도 가끔 답장이 늦다.

그리고 오늘도 스토리는 올라온다.

하지만 예전처럼 화면을 보며 무너져 내리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조금 안다.

SNS에 올라오는 그녀의 하루와,

내게 천천히 도착하는 그녀의 마음은 꼭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사랑한다면, 조금 더 배워야 한다.

기다리는 법도.

말하는 법도.

상대의 자유를 사랑하는 법도.

그리고 내 외로움을 상대의 잘못으로만 만들지 않는 법도.

그녀는 연락이 느린 사람이다.

나는 확인이 필요한 사람이다.

우리는 다르다.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서로의 다름을 핑계로 멀어지는 대신, 이해하려고 애쓴다면 아직 끝난 관계는 아니다.

사랑은 답장 속도로만 증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도 가끔은 돌아봐야 한다.

 

 

에리히 프롬

"사랑은 상대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것이다."

 

『사랑의 기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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