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자신을 비교하면 허영심이 생기거나 괴로워질 수 있다. 언제나 나보다 크고 작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 맥스 어만(Max Ehrmann), 《Desiderata》
친구가 처음 집을 샀다고 했을 때 나는 정말 기뻤다.
적어도 처음 몇 초는 그랬다.
우리는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취업 준비도 비슷한 시기에 했고 첫 직장에 들어간 시기도 비슷했다.
월급이 들어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패 삼겹살에서 만나 술을 마셨다.
“언제 돈 모아서 집 사냐.”
그 말을 서로 웃으며 하던 때가 있었다.
결혼은커녕 내년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둘이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랫동안 친구와 내가 비슷한 곳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앞서기도 하고 조금 뒤처지기도 하지만 결국 비슷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집을 샀다는 말을 들은 날도 평범한 토요일이었다.
둘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친구가 냉면을 먹다가 갑자기 말했다.
“나 계약했어.”
나는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랐다.
“뭘?”
“집.”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구라. 즐.”
친구가 웃었다.
“진짜야?”
친구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신축은 아니었지만 깔끔한 아파트였다.
거실 사진도 있었고 주방 사진도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괜찮았다.
“와, 대박.”
친구는 그동안 모은 돈과 대출을 합쳤다고 했다.
부모님에게 조금 도움도 받았고 몇 년간 적금을 깨지 않고 꾸준히 모았다고 했다.
나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부터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면서 갑자기 내 통장이 떠올랐다.
친구가 돈을 모으는 동안 나는 뭘 했지.
여행도 몇 번 갔고 사고 싶었던 것도 샀다.
큰 낭비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살았다.

그런데 친구의 집을 보고 나니 내가 그냥 살았던 시간이 갑자기 잘못 살아온 시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부동산 앱을 열고 근처 아파트 가격을 검색했다.
그리고 얼마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계산해 봤다.
괜히 마음만 답답해졌다.
친구가 잘된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친구가 잘될수록 내가 그대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싫었다.
몇 달 뒤에는 친구가 승진했다.
이번에는 단체 대화방에서 먼저 알게 됐다.
친구 하나가 말했다.
“야, 축하한다. 이제 과장님이네.”
나는 그 메시지를 보고 잠깐 멈췄다.
친구가 직접 말하지 않은 게 조금 섭섭했다.
그러다 바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섭섭하지?
나한테 먼저 보고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승진 턱 이슈로 그날 저녁 친구들과 만났다.
친구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새로운 업무 이야기도 했고 연봉도 조금 올랐다고 했다.
“이제 완전히 자리 잡았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내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친구는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아직도 작년에 하던 고민을 하고 있었다.
회사를 계속 다닐지.
이직을 해야 할지.
지금 하는 일이 내게 맞는지.
월급은 왜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지.
사실 오늘도 상사에게 갈굼 당하고 퇴근한 상태였다.
친구가 승진했다는 소식과 내가 회사에서 혼난 일은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런데 둘이 묘하게 한꺼번에 떠올랐다.
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 다른 친구가 말했다.
“쟤 진짜 잘 풀린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러게.”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네.”
나는 웃었다.
“그러겠다.”
그런데 그날 괜히 술이 더 쓰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친구를 질투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었다.
질투라는 말 자체가 너무 못된 감정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친구가 잘됐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그래서 마음을 고치려고 했다.
‘친구가 잘된 건 나랑 아무 상관없어.’
‘각자 인생이 다른 거지.’
‘비교하지 말자.’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전혀 모르는 사람과는 잘 비교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부자가 몇십억짜리 집을 샀다고 해도 나는 별 감정이 없었다.
나와 너무 먼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비슷한 시기에 취직하고 같은 술집에서 만 원짜리 안주를 나눠 먹던 친구가 조금씩 앞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친구의 변화가 내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내가 어디쯤 있는지 현재를 갑자기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친구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하게 됐다.
내 삶을 바라본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친구의 인생은 내가 늦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나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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