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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간관계사연

사람은 좋은데, 만나는 건 좀 피곤합니다

by 다윗의장막 2026.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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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자기 자신에게 속할 줄 아는 것이다.”

—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 《수상록》 〈고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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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속이 없는 주말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씻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마음껏 보는 하루.

누구에게도 맞출 필요가 없는 날.

그런 주말이 오면 평일 내내 기다렸던 휴식을 드디어 얻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토요일 오후 세 시쯤 되면 마음이 달라졌다.

나는 괜히 휴대전화를 열어봤다.

그렇게 휴대전화를 한참 보다가 내려놨다.

 

심리학개론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혼자인 게 편했는데 갑자기 집이 너무 조용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친구에게 연락할까 생각했다.

“뭐 해?”

짧은 메시지를 적었다가 지웠다.

답장이 오면 만나자고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만나자고 하면 씻고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타고 사람 많은 곳까지 나가야 했다.

생각만 해도 피곤했다.

결국 연락하지 않았다.

저녁에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영화를 틀어놓았지만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또 휴대전화를 봤다.

친구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재미있어 보였다.

그 안에 없는 내가 조금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는 혼자가 좋으면서도 혼자인 것이 싫었다.

그게 늘 이상했다.

월요일이 되면 다시 회사에 갔다.

사람들과 하루 종일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의 농담에 웃었다.

퇴근 전에는 오늘 저녁 뭐 하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누가 연락하면
“오늘은 좀 피곤해서.”라고 답했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닫는 순간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면 또 이상해졌다.

아무도 연락하지 않으면 괜히 서운했다.

연락이 오면 피곤하고 연락이 없으면 외로웠다.

나는 내가 참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친구에게 저녁을 먹자는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말이었다.

나는 바로 좋다고 했다.

그날은 이상하게 사람이 그리웠다.

퇴근 전까지도 약속이 기대됐다.

그런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집에 가고 싶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또 설명해야 한다는 것도 친구의 이야기에 반응해야 한다는 것도 갑자기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약속 시간 한 시간 전 나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한데 오늘 다음에 보면 안 될까?”

친구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답했다.

“그냥 너무 피곤해서.”

친구는 괜찮다고 했다.

나는 안도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 뒤 또 후회했다.

친구가 보내온 “다음에 보자.”라는 메시지가 평소보다 짧아 보였다.

기분이 상했나 싶었다.

다른 약속도 비슷했다.

만나기 전에는 부담스러웠고 취소하고 나면 후회가 남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약속을 잡는 것 자체를 즐이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 시간 돼?”

라는 질문을 받으면

“일정 보고 알려줄게.”라고 했다.

사실 일정은 거의 없었다.

내가 그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상태일지 미리 알 수 없었을 뿐이었다.

친구들은 점점 나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심리학개론



처음에는 편했다.

거절할 일이 줄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섭섭해졌다.

단체 대화방에서 친구들이 만나기로 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는 날도 생겼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나한테는 안 물어봤지?'

그러면서도 알고 있었다.

그동안 가장 많이 거절한 사람이 나였다는 것을.

한 번은 친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우리 피하는 거야?”

나는 당황했다.

“아니.”

“근데 만나자고 하면 거의 안 나오잖아.”

나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다만 사람을 만나고 나면 너무 피곤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와도 집에 도착하면 몇 시간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렵게 말했다.

“너희가 싫은 게 아니라 사람 만나면 좀 지쳐.”

친구가 웃었다.

“우리 만나는데도?”

나는 그 질문에 조금 미안해졌다.

“응. 너희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래.”

친구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혹시 상처받았나 싶어 덧붙였다.

“근데 혼자 있으면 또 외로워.”

친구가 나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되게 어렵게 산다.”

나도 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날 우리는 두 시간 정도만 만났다.

평소 같으면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가고 술까지 한잔했을 것이다.

그런데 친구가 먼저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나는 조금 놀랐다.

“벌써?”

“너 사람 만나면 지친다며.”

장난처럼 한 말이었지만 고마웠다.

집에 가는 길에 생각보다 덜 피곤했다.

그 뒤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하루에 약속을 두 개 잡지 않았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모임도 줄였다.

사람이 많은 모임보다 두세 명이 만나는 자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약속 다음 날에는 일부러 아무 일정도 잡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런 행동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다 잘 만나는데 왜 나만 이렇게 체력을 계산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조금 지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계속 사람들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두 마음은 같이 있을 수 있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서 쉬어야 했다.

그리고 혼자 쉬고 나면 다시 사람이 그리워졌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조금 편해졌다.

예전에는 외로운 날이면 무조건 약속을 잡았다.

그러다 약속 당일이 되면 후회했다.

이제는 먼저 생각한다.

지금 사람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외로운 기분을 없애고 싶은 건지.

누군가와 오래 이야기하고 싶은 날도 있다.

반대로 사람을 만나기는 싫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만 듣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럴 때는 친구에게 전화한다.

“뭐 해?”

“왜?”

“그냥 십 분만 통화하자.”

친구도 이제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카페에서 한 시간만 만나기도 한다.

친구는 처음에는 물었다.

“한 시간 만나려고 여기까지 나온 거야?”

나는 말했다.

“응. 한 시간이 딱 좋아.”

우리는 웃었다.

예전에는 관계란 오래 만나야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주 봐야 친하고,
연락을 많이 해야 좋은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가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좋은 관계는 얼마나 오래 붙어 있느냐보다 서로에게 맞는 거리를 찾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집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친구였다.

“저녁 먹을래?”

나는 잠시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나갈까 말까를 한참 고민했을 것이다.

나는 물었다.

“몇 명인데?”

“나랑 한 명 더.”

“몇 시까지?”

친구가 웃었다.

“너 때문에 시간까지 정해야 하냐?”

나도 웃었다.

“응.”

“여덟 시쯤 헤어지자.”

나는 잠깐 창밖을 봤다.

혼자 있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사람을 조금 만나고 싶었다.

“좋아.”

나는 그렇게 답했다.

저녁은 즐거웠다.

많이 웃었다.

여덟 시가 조금 넘자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들은 더 있다가 가겠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나도 억지로 남았을 것이다.

먼저 간다고 하면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날은 말했다.

“나는 먼저 갈게.”

친구가 손을 흔들었다.

“충전하러 가라.”

나는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다.

사람들과 있어서 좋았고,
이제 혼자가 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심리학개론



나는 외로운 사람도 아니고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사람과 가까워지는 시간과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이 둘 다 필요한 사람이었다.

혼자 있는 것이 힘들다고 해서 항상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면 지친다고 해서 관계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약속이 없는 주말에도 예전만큼 불안하지 않다.

외로우면 연락하면 되고 피곤하면 쉬면 된다.

그리고 가끔 두 마음이 동시에 찾아와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그리운데 사람이 부담스러운 날.

아마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런 나를 억지로 고치기보다

내게 맞는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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