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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심리/연애사연

결혼하고 싶은 여자, 걱정부터 하는 남자

by 다윗의장막 2026.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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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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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사랑한다.

아마 그게 문제인지도 모른다.

정말 사랑하지 않았다면 더 쉬웠을 것이다.

미안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매번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래서 더 괴로웠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스물여섯이었다.

밝고 잘 웃는 사람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행복해했고, 내가 건네는 작은 관심에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런 모습이 좋았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했다.

 

1년이 지났다.

2년이 지났다.

3년이 지났다.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나를 사랑했고.

여전히 내 편이었고.

여전히 내 미래를 함께 꿈꾸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현실이었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기업도 아니고.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평범한 직장인.

 

처음에는 결혼이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조금만 돈을 모으면 될 줄 알았다.

조금만 더 일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집값은 오르고.

대출은 무섭고.

결혼 비용은 생각보다 컸다.

주변 친구들은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한 친구들을 볼수록 나는 오히려 두려워졌다.

 

"대출이 3억이야."

"애 태어나니까 돈이 장난 아니다."

"생활비가 진짜 많이 나가."

 

그 말들이 머릿속에 남았다.

 

나는 결혼이 무서웠다.

정확히는 결혼 후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그녀는 몰랐다.

내가 밤마다 부동산 사이트를 본다는 것을.

대출 계산기를 수십 번 두드린다는 것을.

통장 잔고를 보며 한숨 쉰다는 것을.

 

그녀는 늘 물었다.

 

"오빠는 결혼 언제 하고 싶어?"

 

나는 늘 대답했다.

 

"조금만 더 준비되면."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정말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준비라는 것이 끝이 없다는 것이었다.

돈을 더 모으면 안정될 것 같았다.

하지만 돈을 모을수록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보였다.

승진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승진을 해도 불안은 그대로였다.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결혼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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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서른이 되었다.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했다.

SNS에는 웨딩사진이 올라왔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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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나 솔직히 무서워."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인지 알았다.

내가 만들어낸 불안이라는 것도.

나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 날짜를 말할 자신은 없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사랑은 있는데 확신은 없었다.

정확히는 그녀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나는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책임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 미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상태를 핑계로 삼고 있다는 것을.

완벽한 준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혼한 친구들도 준비가 끝나서 한 것이 아니었다.

두렵지만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두려움을 이유로 선택을 미루고 있었다.

그녀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미래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어느 비 오는 날.

그녀가 물었다.

 

"오빠는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 맞아?"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너무 사랑해서였다.

결혼이라는 말이

행복보다 책임으로 먼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망설이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그녀를 기다리게 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다.

결혼식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같은 미래를 보고 있다는 확신.

그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통장이 완벽해지는 날?

집값이 내려가는 날?

불안이 사라지는 날?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지금도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녀를 사랑한다.

그런데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현실만 계산하다 사랑을 잃어버리는 것도 어리석은 일 아닐까.

오늘도 그녀는 말한다.

 

"기다릴게."

 

그 말이 고맙다.

하지만 동시에 두렵다.

언젠가 그녀의 기다림이 끝날까 봐.

그리고 그날이 왔을 때.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놓쳐버릴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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